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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욕망 vs 타인의 욕망

내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처음 만든 건 2011년이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업로드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 예쁜 필터를 제공하여 멋진 사진을 올릴 수 있었다. 심플한 싸이월드 같기도 하고, 멋진 이미지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온라인 갤러리 같은 느낌이었다. 반면 요즘은 대형 쇼핑몰 혹은 큰 재래시장 같다. 여기저기서 약 팔기 바쁜 시장. 

그럴싸한 사진과 메세지를 올리며, "이것만 있으면 당신은 예뻐질 수 있어요!", "이 수업을 들으세요! 그럼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사람들을 홀린다. 유익한 정보를 주는 것 같다가도 결국 자신의 물건 혹은 서비스를 팔기 위한 빌드업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육아를 하다보니 어느새 육아, 살림 관련 인플루언서들이 추천으로 뜬다. 그들은 육아와 살림 노하우를 공유하며 자신들의 인생템이라며 여러 가지 물건을 판다. 그들이 파는 물건들 대부분이 꽤 고가여서 이 비싼걸 누가사나 싶었는데 내 주변의 꽤 많은 사람들이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물건을 사고 있어서 놀라웠다. 나와 비슷한 월령의 아기를 키우는 내 후배는 요즘 공구지옥에 빠져 맨날 아기 장난감을 산다고 했다. 저 장난감만 있으면 우리 아이도 저 집 아이처럼 혼자 잘 놀까 싶은 마음에.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 돼서 헛헛한 웃음이 나왔다. 

요리를 전혀 하지 않는 나 역시 어느 살림 인플루언서의 진공밀폐용기 공동구매에 구매 링크를 누른 적이 있다. 이 용기를 사용하면 몇달이 지나도 식재료가 상하지 않는다는 말에, 그럼 나도 재료 썩을 걱정 없이 냉장고에 이것저것 비축해 두고 요리가 하고 싶어 질 때 꺼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평소에 요리를 하지 않는 가장 큰 핑계는 집에 재료가 없기 때문이고, 사놓으면 남은 재료가 버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어 조용히 창을 껐다. 

그나마 이들은 나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맨날 해외여행 다니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즐기며 명품 쇼핑 다니는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온갖 물건을 다 판다. 다이어트약, 화장품, 옷, 가방, 미용기기 등 그야말로 옛날 약장수와 다를 바가 없다. 

자신들이 타겟하는 소비자의 욕망을 파악하고, 그것을 자극하는 사진과 영상들을 올리며 그들의 소원성취를 약속하는 그들. 그 정교한 짜임에 우리같이 지극히 현실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은 걸려들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은 우리의 욕구까지 조정한다는 것이다.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SNS에서 타인의 삶(결국은 광고)을 보는데 사용하다 보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잊히고 오로지 소비하는 인간,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로써의 욕구만 과대화되어 결국 사도사도 끝 없는 갈증에 불행해지고 마는 것이다. 

이제 좀 타인에 대해서 덜 알고, 덜 살피고, 나 자신과 친해져보는건 어떨까? 

나는 무얼할때 즐거운지, 무엇이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지. 

나는 어떨때 화가 나는지, 그 화는 정말 순수한 분노인지, 아니면 두려움을 감추기 위함인지.

자기 전 침대에 누워 SNS를 보며 잠을 청하는 대신, 오늘 하루 나는 기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지금 나의 컨디션은 어떠한지 살피며 하루를 마치면 조금 더 편안하게 잠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