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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탈모

원형탈모는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몇 주 전, 자는데 머리가 굉장히 간지러웠던 기억이 난다. 

내가 머리를 안 감고 자서 그런 거라고, 내일 일어나면 깨끗이 씻어야지 생각했다. 

며칠간 간지러움은 지속되다가 어느새 괜찮아졌다. 

얼마가 지나서 우연히 탈모를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시각적인 충격이 굉장히 커서 한참을 살펴보았던 것 같다. 

그러고는 부정 단계, 어쩌면 이것은 원형탈모가 아니라 지루성두피염으로 인한 탈모일 것이라고. 

두피가 불그스레해서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는 넘어갔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상태가 그대로길래, 오늘 아침 일찍 병원엘 갔다. 

의사 선생님이 원형탈모 진단을 내리셨다. 두둥.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 하였으나, 대수롭지 않지 않았다. 

선고를 받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내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것과, 누군가가 당신 문제 있습니다 라고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내가 요즘 스트레스가 있나? 딱히 뭐가 없었는데? 운동을 안해서 순환문제로 생긴 걸까? 등등의 생각이 시작됐다. 

내가 모르는 스트레스가 있었나? 어떻게 찾아내지? 생각해봐도 답이 없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탈모가 나에게 얘기해주고 싶은게 뭘까? 

 

편도 2시간이 걸리던 통근을 2년동안 했을 시점에,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대학병원에서 알러지 검사를 해도 나오는 게 없었고 항히스타민제만 한 달 치씩 처방받아왔다. 

안 되겠다 싶어 한의원을 갔을 때, 몸이 많이 지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는 체력이 좋은데요?"라고 했더니, 체력이 좋은게 아니라 깡이 좋은 거라 했다. 

그때 처음 인생의 브레이크를 걸었던 것 같다. 

너 지금 무리라고, 쉬라고 두드러기가 알려줬고 그 길로 자취 인생이 시작되었으며 회사에서 꾸벅꾸벅 조는 일이 멈췄다. 

 

이번 탈모는 무얼 알려주려는 걸까.

운동좀 하라고? 마음을 좀 내려놓으라고? 잘 모르겠다. 

앞으로 찬찬히 살펴봐야지. 

 

토닥토닥.

 

괜찮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