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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살, 다시 시작해 보자

간사한 심리에 놀아나는 요즘이다.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 이후로 맘 편히 잠들지 못하기를 수일밤. 

 염려가 극에 달 했을 때, 극적으로(?) 계약이 타결되었고 그렇게 이제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나라는 미련 덩어리는 그때부터 집값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하기 시작한다. 

지난 한 달 동안 집 문제로 골머리를 썩으면서 동시에 그런 나를 관찰하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어떠한 모습이고 이전에는 어땠는지 내 지난 35년을 묵상하곤 했다. 특히 잠들기 전에 그랬다. 

어린 시절엔 질투의 화신으로, 청소년기엔 관계(친구)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20대 역시 관계(이성)와 미래, 특히 진로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모든 고민과 힘듦의 원인은 결국 불안이며, 정확히는 실패에 대한 불안이었던 것 같다. 연애가 실패할까 봐,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했고, 진로 역시 무작정 꿈을좇다 실패할까 두려워 주어진 길대로 살아왔다. 그렇게 흘러 흘러 어느새 직장생활 10년 차다.  10년이다. 26살에 입사했을 때는 멘토님을 비롯한 직장 내 어른들에게 "저는 직장생활 오래  생각 없고 한 3년 돈 모아서 제가 하고 싶은  할 거예요. 30살까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으면 여행이라도 가겠어요."라고 조잘대고 다녔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는 에너지 넘치는 관계 교류도 많았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항상 긍정적인 기운이 배가 되어 세상이라도 정복할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던  같고, 그런 피드백을 많이 받음으로써 다시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가질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사람과의 교류 자체가 현저히 줄었을뿐더러, 누구를 만나도 나는 그저 현실에 끝도 없는 불만을 토로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세상을 바꾸겠다던, 대세를 따르지 않겠다던 나의 패기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쥐뿔 가진  없으면서 그거라도 잃을까 조마조마하며 밤잠 설치는 내가 되었다.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한 고민보다 당장 어떻게 돈을  많이 벌 것인가 골머리를 썩고, 눈앞의 이익에 일희일비하는 내가 되었다. 내가 이렇게 살려고 그동안 그렇게 고군분투했던 게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남편의 수염이 살짝만 닿아도 벌겋게 올라오는 피부처럼, 내 멘털도 작은 외부의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예민해진 피부를 달래는 데는 뾰족한 수가 없다. 그저 자극을 최소화하고 기초에 충실하는 것이 방법이다.

내 인생도 좀 달래줘야 할 것 같다. 좀 더 단순하고 심플하게. 예전의 나의 모습을 찾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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