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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7 상담일지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기간을 보내며, 그 힘듦을 토로하고 그 안에 있는 나의 불안을 살펴보기. 그것은 내가 아이를 잘 못 키우고 있을까봐, 남들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까봐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것. 엄마로써의 실패와 무능감. 근데 이게 마치 실패 경험이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이라는 것. 그것은 아마도 나의 상처 때문이겠지. 내가 양육 과정에서 받았던 상처들과 실패 경험들을 절대로 반복하지 않으리라 그 마음이 너무 큰데,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은 없고,(받아본 경험이 없으니) 결국 그 것이 불안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또 이런 상처가 되풀이 되면 어떡하지? 이 생각의 오류는, 나는 육아가 처음인데 무엇이 되풀이 된단 말인가. 근데 나는 나의 엄마가 아니고, 나는 나인데. 나의 상처가 그림자처럼 쫓아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가 자신의 젊은 시절인 1921년에서 1926년까지의 파리 생활을 회고하며 쓴 글들. 그의 글들을 읽노라니 내가 마치 그 시절 파리에 있는 느낌이고, 그 시절 파리의 젊은 예술가들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장면들이 계속 생각나서 더 실감나게 상상이 되는것 같다. 그 옛날 저 먼 도시에서 타인의 일상이 어쩜 이리도 친숙하게 오늘 나의 일처럼 전달될까. 참 신기하다. 특히 그 유명한 스콧 피츠제럴드과의 스토리들은 더욱 흥미로웠다. 단순하고 친절한 문장들.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N과의 인연 갑자기 N생각이 났다. 내가 왜 그 커플의 출산 소식에 심란했었는지. 그리고 그때 우리들에게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곱씹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는 날 좋아했고, 그 역시 그 사실을 잘 몰랐던 것 같다. 그의 여자친구 S는 알고 있었고, 불안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출산 소식에 너무나도 기뻐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서 곧 그들은 합가 했고 아기를 가졌다. 세상 일이라는게, 사람 일이라는게 참 신기하고 신비하다. 정말 누가 써놓은 각본처럼 흘러가는 것들이 있다. 그 일들의 인과관계를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무의식은 알지도 모르겠다. 사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스토리인데, 그냥 이렇게 문득 추억할 수 있고 쌉싸름한 맛을 주는 안주거리가 하나 생긴 것 같아 기쁘기도 하다.
저출산에 대하여 저출산에 대하여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말한다. 그래서 사실 나는 그 소음에 더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여러 가지 떠오르는 생각들을 잊히게 두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 몇 가지 적어보려고 한다. 먼저는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 마치 유능함처럼 느껴지는 요즘 시대에 출산은 경제적으로 매우 가성비가 떨어지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경제적으로 득 보다 실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터. 매일의 삶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요즘 시대에 이러한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노인 인구의 증가 또한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례와 연구에서 다뤄진 바 있다. 노후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부모를 둔 자식 입장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다른 가족..
믿음 친정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잉잉, 앙앙" 잠에서 깬 아이의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일단 시계를 확인한다. 너무 일찍 깼으면 조금 더 침대에 두고, 6시가 넘었으면 친정 엄마가 안방에 들어가 아이를 데리고 나온다. 나는 더 자고 싶어서 모른 채 하지만 엄마가 이내 "네 엄마 여기 있다!" 하며 아이를 내 위에 턱 하니 올려놓는다. 그때부터 종일 아이 시중을 들며 하루를 보낸다. 밤새 오줌으로 묵직해진 기저귀를 갈고, 물을 먹이고, 밥을 먹이고, 똥을 치우고, 이리저리 쫓아 다니며 어질러진 물건을 정리하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일상이다. 그런데 최근에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바로 나와 엄마의 태도. 이 사건은 아이의 손바닥에서 시작되었다. 아이가 태어났을때부터 나와 닮은 곳 ..
나의 욕망 vs 타인의 욕망 내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처음 만든 건 2011년이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업로드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 예쁜 필터를 제공하여 멋진 사진을 올릴 수 있었다. 심플한 싸이월드 같기도 하고, 멋진 이미지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온라인 갤러리 같은 느낌이었다. 반면 요즘은 대형 쇼핑몰 혹은 큰 재래시장 같다. 여기저기서 약 팔기 바쁜 시장. 그럴싸한 사진과 메세지를 올리며, "이것만 있으면 당신은 예뻐질 수 있어요!", "이 수업을 들으세요! 그럼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사람들을 홀린다. 유익한 정보를 주는 것 같다가도 결국 자신의 물건 혹은 서비스를 팔기 위한 빌드업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육아를 하다보니 어느새 육아, 살림 관련 인플루언서들이 추천으로 뜬다. 그들은 육아와 ..
양육 효능감 = 아이에 대한 믿음 복이와 함께 한지도 1년이 넘었다. 처음엔 모든 것이 불안하고 공포스러웠던 것 같다.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고 사소한 것에도 눈물이 넘치도록 절망스러웠다. 다행히 혼돈의 신생아 시절은 지나갔고, 아이를 조금씩 알아가며 조금씩 양육 효능감이 생겼다. 다양한 경험을 함께하고, 아이와 합을 맞춰가며 나는 "꽤 괜찮은 양육자"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근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자신감은 나의 능력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이 아이의 "강함"을 발견하며 쌓이는 것임을 깨달았다. 스스로 잘 수 있음을, 스스로 먹을 수 있음을, 스스로를 보호하고 자신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며 나의 불안은 점차 이 아이에 대한 믿음으로 바뀌어 갔다. 아무리 이 부모가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잘 살아나갈 것이라는 믿음. 당연..
실용과 비실용 어느 날 지인이 나에게 뜨개질을 할 줄 아냐고 물었다. 지인은 머리끈, 목도리 등을 짜서 고아원에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다이소에 가면 천 원으로 괜찮은 장갑, 목도리, 모자 등을 살 수 있는데 굳이 손으로 짜서 주면 애들이 좋아할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의 이런 생각이 얼마나 소름 끼치는지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나는 어릴 때 손으로 만드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내가 지금까지 인생에서 무언가를 그렇게 몰입해서 했던 것은 그 시절, 만들기 밖에 없다. 뜨개질, 비즈공예, 리본공예, 매듭공예 등 종류도 다양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었고, 칭찬이나 돈을 바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순수하게 그것이 너무 즐거웠고, 잘하고 싶었다. 내 마음에 들 때까지 구슬을 꿰었다 풀었다 하..